일상에서

친구

egg016 2008. 12. 15. 10:35

 

 

 

주말 연속극을 보다가...

사는 것에 급급해 가장 아닌 가장 노릇을 하느라 친구를 사귈 시간도 없었다는 대화가 나오자 상념의 늪으로 빠진다.

드라마를 보다가 책을 보다가...

'아~ 나도 그랬었어!' 공감하며 지금의 행복이 너무 소중해 가슴속으로 눈물을 흘린다. 

지나가다 흘깃 보이는 거울 속의 내 얼굴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세월의 무심함과 상관없이 살아온 날들의 흔적을 곳곳에 보여준다.

이루지 못한 젊은날의 꿈은 독오른 뱀의 혓바닥처럼 꼿꼿하다.

그러나 그런 모습에 이제는 웃음도 지을 줄 안다.

지나가는 사람들 얼굴을 유심히 본다.

저 사람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을 가지고는 있었을까...표정이 없다.

유난히 많이 웃었다...아무리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았다.

살림이 책임지어진 나에게 하교길은 언제나 고통스러웠다.

시간과 돈에서 여유롭지 못한 나는 친구들과 작별하고 돌아가는 집이 내 친구였고 물동이가 내 친구였다.

부뚜막이 친구였고 책이 친구였고 음악이 친구였다...

지금도 부르지 않는 노래가 있다. '지나간 여고시절'...

학교를 다녔으면서도 여고 동창생이 없다.

의아하게 생각할까 입다물고 산지 몇십년...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래도 동생들은 학교때 친구들과 지금도 만나고 있어 대신 위안을 받는다...내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좋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없음을 생각하지 않으며 살았다.

자기 분신처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을 한번도 못갔다는 나를 틈만 나면 데리고 다녔다.

자동차가 갈 수 있는 곳 어디든 데리고 가주었다.

FM이 나오는 트랜지스터를 사촌오라버니에게 선물받고 너무 좋아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당시 큰아버지는 경찰서장이었기 때문에 큰집에 가면 갖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오라버니가 내맘을 읽었지 싶다. 오라버니가 굉장히 커 보였다.

나를 아껴 주었던 사람들이 곳곳에 복병처럼 진을 치고 있어 두렵지 않았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좋은 친구처럼 편하고 즐거웠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의 관심도 아랑곳하지 않던 내가 빠져든 유일한 사람이다.

나의 영원한 친구는 남편이며 영원한 연인도 남편이다.

버팀목이 되어준 당신에게 감사하며 친구같은 남편에게 고마움을 남긴다.

고등학교 친구가 진짜 친구란 말들을 할 때 항상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얽매여 있던 어떤 것에서도 해방될 수 있어서 참 좋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이 소중하다. 마음을 나눌 수가 있다.참 좋다.

사는것이 너무 힘들어 친구를 만들 시간이 없었단다.

주말 연속극 '가문의 영광'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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