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Sir With Love
통장에 여백이 없어 새 통장으로 바꾸려고 은행에 갔다.
통장과 도장을 건네 주는데 창구 아가씨가 "오래된 도장이네요." 하고 웃는다.
"어떻게 아세요?"..."도장 끝모서리가 닳기도 했지만 옆에 조금 잘라져 나간 흔적이 있어서요."
"중학교 졸업식날 개근상으로 받은거에요."
"어머나! 그럼 얼마나 된거에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개근을 놓치지 않았던 나는 졸업식 때 모두 개근상을 받았다.
상장과 함께 상품도 받았었는데 초등 졸업에는 영어사전을 받아 중학교 다닐 때 잘 쓰고 동생들에게 물려주고...
고등학교 때에는 취업을 나가 있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까지 이 도장만 가지고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키가 컸던 덕분에 규율반에 뽑혔고 한 학기에 일주일은 아침 일찍 등교해서 교문을 지켰다.
일학년이 끝나갈 쯤에 교문에 서 있다가 조회 시간에 조금 늦게 들어 갔더니 담임선생님께서는 출석을 부르고 가셨단다.
주번이니까 당연히 출석 체크가 된 줄로 알았다.
졸업을 앞두고 개근상과 정근상을 받는 학생들 체크를 하는데 내이름이 빠져 있었다.
일학년 성적표에 흔적이 있었을텐데 그것에 대한 기억은 없고 당연히 삼년 개근인 줄 알고 있었다.
마침 일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는 전근을 가지 않으셨고. 나는 교무실로 찾아가 뵙고 그때 일을 말씀드렸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기억을 하고 계셨었다. "아! 맞다! 고친다 하고 잊고 있었구나."
"선생님 고맙습니다." 기억해 내신 선생님께 얼마나 감사했는지...
그래서 빛나는 졸업장과 개근 상장과 상품인 도장까지 받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더 좋은 도장도 생겼었고 다른 예쁜 도장도 가지고 있지만,
유난히 이 도장에 애착을 느끼고 소중하게 가지고 다닌다.
어느 추운날 아침 연탄가스를 마시고 정신을 잃었을 때...
엄마가 학교에 가라고 깨우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를 상황에서 깨질 듯 아픈 머리를 감싸고 학교에 갔던 적도 있다.
물론 지각을 안했다. 그러니 이 도장이 나에겐 얼마나 귀한 것인지...
저에게 꿈을 잃지 않도록 도와 주셨던 남경숙선생님 지금은 미국에 계셔서 뵐 수 없지만,
제 마음속에는 항상 선생님의 가르침이 남아 있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