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함께했던 친구들...

egg016 2009. 3. 26. 02:05

 

 

70년대 중반에 고등학교 졸업을 한 나는 대학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지 못하고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었어야 했다.

 꼭 대학을 가야 한다고 인문계 고등학교를 고집했던 엄마,

 아버지의 재기가 늦어지는 바람에 3학년이 되면서 취직반으로 들어갔다.

타자를 배우고 부기를 배웠지만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했고

그런 나에게 책과 음악은 유일한 친구가 되어 주었다.

'제인 에어'를 읽고 '빨간머리 앤'을 읽으면서 늘 꿈을 꾸었던 것 같다.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아버지가 재기를 하시고 집안형편이 점점 좋아져 갔다.

외국계 회사라 토요일이 되면 상사들이 칼퇴근을 한 사무실로 친구들은 하나 둘씩 모여 들었다.

 우리가 자주 다니던 곳은 명동에 있는 'OB's Cabin'과 '쉘부르'였고

덕수궁 옆에 있는 '코러스' 다방이었다.

음악이 있고 악보가 있고 따뜻한 커피한잔과 친구가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월급날이 되면 어김없이 명동으로 모이는 친구들 덕분에

내 지갑은 금방 비어 가끔은 엄마에게 차비를 얻어야만 했다.

나누어 내기도 하였지만 돈버는 사람은 나 뿐이었으니 내가 더 많이 쓰기도 했다.

하지만 아깝지 않았다.

등산을 가면서 내 점심까지 준비하여 같이 가자고 했고

모임 회비를 대신 내어준 친구도 있었다.

돈으로 갚을 수 없는 고마움을 나는 돈을 벌면서 갚을 수 있어 행복했다.

모여서 음악감상을 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어 얼마나 행복했는지...

'OB's Cabin'에서 송창식과 양희은의 노래를 들으면서 생맥주 한잔에 즐거워 했고,

'쉘부르'에서 가수 지망생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함께 했던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디딜 무렵,

결혼을 한 나는 점점 그들과 소원하게 되었다.

마음을 나누었던 친구는 이민을 가더니 연락이 안되고...

 

이제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지금 나는 그때 꾸었던 꿈을 먹고 사는지도 모른다.

늘 함께한 친구들이 있어 행복했던 시간들

되돌아 보니 희미한 잔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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