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첫사랑?

egg016 2009. 1. 23. 08:32

 

 

나의 첫사랑은 중학교 3학년 때 수학 선생님이었다.

사춘기 소녀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라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고 이야기꺼리가 되지는 않는다.

젊은 선생님도 아니었고 꿈꾸는 미남도 아니였는데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는 날에는 세상이 다 내것인양 기뻤었다.

그러나 이학기가 되면서 전근을 가셨기에 진도 나갈 일이 없었다.

덕분에 수학 점수가 올라갔다고나 할까?...뭐 그정도 밖에...

중학교때 이사한 집은 여러 세대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정원을 둘러싼 일층 다세대라고 표현하면 맞을라나,

봄 여름 가을까지 꽃을 피워내는 자그마한 꽃밭이 지금 생각해도 무척 아름다운 곳이었다.

개나리가 봄을 휘돌아 있었고 싱그런 장미꽃이 초여름을 알려 주었고 들국화가 피어 있는 가을이 있었다.

방 두개에 부엌이 딸린 다섯집이 오각형으로 앉혀져 있는 대문을 지나면 우리집은 맨 안쪽에 있었다.

우리처럼 형제가 많은 집도 있었고 신혼부부도 있었고 한번 이사온 시람들은 몇년을 살았던 만큼 주인어르신이 넉넉한 분이셨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돌아오면 옷을 갈아입고 양동이를 들고 옆집으로 물길러 가는게 일과였다.

주인집에도 펌프가 있었는데 빨간 녹물이 나와 식수로도 세탁물로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길게 늘어선 줄이 대문밖에까지 이어지고 집주인은 싫은 내색없이 일년 365일을 그렇게 문을 열어주었다.

우리집에 사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동네 모든 사람들이 물을 길러 갔으니 조금만 늦으면 미안해서 물을 퍼 올 수가 없었다.

주인집에는 형제들이 많았는데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아들이 나에게 마음이 있었는지 물을 길러 갈때면 아예 펌프를 붙잡고 동네사람들 물을 다 퍼주고 있었다.

그러나 새침떼기였던 나는 눈길한번 주지 않았고 그는 속이 타들어 갔을 것이다.

남동생 공부를 봐준다고 우리집에도 들락거리며 나에게 환심을 사느라 무척 애를 썻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또래하고는 이성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더 싫었던 건 말이 많아서 그랬지 싶다.

차라리 아무 말없이 지켜봐 주었으면 내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었을텐데,

자꾸 말시키는 것도 싫었고 동생 공부를 봐준다는 핑계로 우리집에 드나드는 것도 싫었었다.

그러나 이성으로 다가오는 그에게는 차갑게 대한 반면 우정으로 대하는 아이들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합창단에서 만나는 남학생들 하고 우정이란 이름으로 만나는 것이 너무 좋았었다.

어쨋든 말이 많은 사람은 질색이었고 대장을 만났을 때 조용하고 말없는 그가 얼마나 좋았던지...

나한테 잘보이려고 노력도 많이 했지만 모두 허사가 된 그는 지금까지 남동생하고 만나는 것으로 알고있다.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를 하다가 군대를 갔고 부대쪽으로 소풍나온 아가씨들 중 한명하고 펜팔을 하다가 결혼까지 했단다.

우리는 이사를 갔지만 동생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다.

나의 첫사랑은 선생님이었고 나를 좋아한 첫사랑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 

그래서 첫사랑은 이루어 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일까?

 

그런데 재미도 없는 이야기를 왜 쓰고 있는건지...

깜찍이로 인해 아픈 마음을 잊어 보려고 별걸 다 쓰고 있네요.

여러분들의 사랑으로 편한세상으로 갔으리라 믿고 감사의 마음을 남겨 놓습니다.

걱정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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