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조카 짱이 이야기

egg016 2009. 2. 15. 12:46

 

조카 짱이 여섯살이 되던 해 어느날...

제주 시골에 살다 아들이 고등학교 들어가고 신제주에 있는 학교옆으로 이사 나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유치원에서 돌아 오면서 신발도 벗지않고 빼뻬로가 먹고 싶다길래 그전에는 꼭 같이 가서 사 주곤 했는데, 

"너 혼자 갈 수 있니?" "응! 이모 나 혼자 갔다 올 수 있어!" 신난다 하고 뛰어 나가는 짱이...

그런데 문제는 슈퍼가 아파트 앞동 지하에 있어서 계단을 내려가야만 했었다.

'조심하겠지! 늘 조심하라고 했으니 잘 갔다 오겠지!...' 멀리서 애 우는 소리가 고막을 찌른다.

아뿔싸! 일 났구나!...점점 가까이 들려 오는 짱이의 울음소리...

문열고 뛰쳐 나가니 이마에서 피가 솟아 얼굴을 반쪽이나 가리고 아이는 아파서 숨이 넘어간다.

당황을 한 나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삶아 놓은 수건이 눈에 띄어 얼른 그것으로 눌러 지혈을 한다음

짱이에게 손으로 누를 수 있겠냐고 하니 울면서도 그렇게 하겠다고 그리고 등에 업고 병원으로 뛰었다.

제주 한라 의료원이 걸어서 십분이면 갈 거리였지만 가는 길이 왜그리 멀게만 느껴 졌는지,

응급실에 내려 놓으니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고 짱이는 계속 "이모! 미안해!  미안해!"...

저도 무척이나 아플텐데 나를 위로하는 마음이 짠해 눈물이 더났다.

다섯바늘이나 꿰매고 어떻게 된일인지 물어 보았더니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혔다고 한다.

잠시의 방관이 화를 부른 것이다. 

'혼자서도 잘해요!'...'그래 혼자서 한 번 해 봐라!' 했던 나에게 멍을 안겨 준 날이었다. 

 

짱이가 돌이 지날 무렵 하던 사업이 어려워 지면서 동생부부가 같이 한다고 갓 돌이 지난 짱이는 나에게 맡겨졌다.

그때 당시 초등 5학년 2학년 형이 둘이나 있었지만 들어선 아이를 지울 수가 없었고 혹여 딸인가 싶어 낳았다는데...

결국 우리집에서 딸 노릇을 톡톡히 했었다.

그 때 아들은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사춘기에 들어간 아들은 아주 예민해 있었고...

그러나 짱이가 오고 우리집은 화기애애 모드로 들어갔다. 짱이란 별명도 아들이 지어 주었다.

아마 제주에서 "짱이가 제일 이쁠거야!" 하면서 좋아 했으니 난 아들의 사춘기 시절을 짱이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아이를 좋아하는 울집대장이 좋아한 것은 말해 무엇하랴...

사실은 엄마와 떨어진 아이를 어떻게 보겠냐고 제일 반대한 사람이다.

대학에 들어간 아들과 대장 일 때문에 다시 서울로 이사한 우리는 몇년을 그렇게 짱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고...

어머니를 모시고 산지 몇년후 짱이가 6학년 때 어머님이 보내라고 해서 지네 집으로 갔지만...

짱이와 살던 그 때 우리는 많이 행복해 했었다.

짱이가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이 된다.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속에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이렇게 작았던 놈이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이 된데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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