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집 냥이들

소문난 집?

egg016 2008. 10. 6. 00:59

삼일전에 참 의아한 일이 있었다.

저녁때 쯤에 작업장 밖에서 아기냥이 울음소리가 너무 애절하여 나가 보니,

까만색의 아깽이가 눈도 못뜨고 안에서 나는 사람소리를 들은 듯 애처롭게 울면서 기어 오고 있었다.

보름전 쯤에 밤순이(밖에서 크는 냥이)가 새끼를 낳은 것은 알고 있었고,

키울 자리가 마땅치 않은지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놈의 눈을 자세히 보니 눈꼽에, 콧물에, 넘 지저분해 봐 줄 수 없는 지경이 아닌가.

남편은 어떡하냐고 내눈치를 본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부드러운 수건에 식염수를 충분히 적신다음 살살 닦아주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럴수가...눈을 닦는데 고름이 한 숟가락 만큼 삐죽 삐죽 나온다.

병원에라도 갈 지경이었지만 상돌이 어릴 때 경험을 한번 한지라,

남편에게 동물병원에 가서 안약을 사다 달라 하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동안 밤순이의 새끼들을 좀 볼까 하면 새끼나 에미나 하악질을 하며 심한 경계를 하였는데,

멀찌감치 서서 우리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보고만 있다.

고개가 갸우뚱...옳거니!!!...

새끼가 병이 걸린 줄 알고 버렸거나.(동물의 세계에서는 약한놈들은 거두지 않고 냉정하게 거부한다) 

아니면 우리 쪽으로 옮겨놓고 도움을 청한 것이다. 

소리를 듣고 우리쪽으로 다가왔으니 아깽이가 살고싶은 본능이 작용을 한 것일까?

어쨋든 안으로 데려와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키는데 발톱을 세우지도 않고 몸을 내손에 맡긴다.

헤어 드라이로 충분히 말려주고 컨테이너 박스에 수건깔고 안입는 옷을 찾아 푹신하게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안약을 사면서 기생충약도 같이 사온 남편, 이젠 냥이박사가 다 되었다.

약을 넣으며 눈을 자세히 보니 완전히 짓물러 있었고,

처음 경험이 아니니 놀라지는 않았지만 요놈은 얼마나 아팠을꼬 쯧쯧...

냉동실에 비상으로 남겨 두었던 고양이 전용분유를 꺼내어 따뜻한 물에 타서 주사기에 넣고 먹이니 냥냥 소리를 내며 잘도 먹는다.

에미가 젖도 먹이지 않은게 분명해졌다.

버릴려고 작정을 한 것이고 이놈은 배도 고프고 아파서 우리한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살려는 본능이 이렇게 강한 아이인데 돌봐 주어야지 별 수 있나...

어제 그제 새벽마다 걱정이 되어 일찍 일어나 가보니 눈꼽이 많이 없어졌다. 수시로 약을 넣고 닦아 주었다.

어제 오후부터는 눈꼽도 거의 끼지 않았고 맑고 까만 눈동자가 보였다.

분유를 조금씩 자주 먹이고 하루종일 붙어 있다시피 했다.

어미젖을 찾는지 자꾸  파고든다...불쌍한 것 버림받은 줄도 모르고,,,

이러다 우리집 아니 남편 작업장이 소문난 집이 되는 건 아닐까?

이미 소문이 났을지도 모른다...냥이들 사이에서...저집 마당에 가면 밥준다고...지들끼리 속닥 속닥...

그럼 흥부네 박씨 하나라도 물고 오던지 참,

사랑스럽고 예쁘다...남들이 뭐라 하든지 말든지...ㅎㅎ

보세요 얼마나 예뻐 졌는지...히~

 

어제 오후에 멍순이에게 붙여봤더니 거부하지 않네요.

젖동냥을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틀을 격리 시켜놓고 괜찮은 것 같아 가두리에 넣었더니 이렇게들 잘 노는군요.

멍순아 정말 고마워~~ 

어미 품이 그리운지 자꾸만 파고 들어갑니다.

우리집 냥이들은 욕심이 없어요. 싸우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답니다.

살려는 본능이 너를 살렸단다.

지금 우리는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밤순이에게 데려다 주어야 하는 건지,

받아 들이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하루 더 지켜 보고 결정을 해야지...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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