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원골 이야기

egg016 2015. 12. 19. 06:21

 

 

 

 

마을 뒷쪽으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 쳐 있고

계곡을 타고 내려온 깨끗한 물줄기가 마을을 휘돌아

어머니 품 같이 포근히 들어 온 원골...

 

연분이는 이곳에 살던 이모의 주선으로 원골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그 시절 잘 먹고 잘 사는 집이 어디 있겠었냐만은

시집올 때 치마 저고리 열벌은 준비해 줄 만큼 친정은 여유로웠단다.

시집 온 첫날 밤을 지내고 아침을 지으러 부엌으로 내려 가보니

쌀통은 바닥이 보일 만큼 비어 있더란다.

세상에 이 일을 어쩔꼬...

치마 저고리 하나씩 몰래 몰래 팔아 끼니를 이어가고

그래도 건실한 신랑 하나 믿고 열심히 살았더란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딸.딸.딸...!!!

없는 살림에도 아들은 낳아야 된다고

시어머니 구박도 무수히 받으면서

결국 아들 둘을 낳고 줄줄이 젖먹이를 키우던 어느 날...

 

친정 오라버니,

 원골에 장사 지내러 들어 왔다가

동생 연분이를 보고 간다고 싸리문을 들어 서는데,

 넷째 놈 등에 업고

 다섯째 젖먹이 품에 안고

 행색은 꼭 거지가 따로 없더란다.

 

그 모습을 본 오라버니

하도 기가 막혀

그래도 동생 무안할까 먼 산만 바라보다

근처에 사는 이모님께 인사드리고 간다고 황급히 나서는데...

 

산 허리 돌아 가는 오라버니 어깨가 들썩들썩...

아랫 논에서 물갈이 하던 이장이 그 모습을 보고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 했던 것이

연분이 귀에도 들어 갔던 모양이었다.

 

친정 오라비 오시는 줄 알았으면

 머리라도 곱게 빗어 누추한 꼴 보이지 않았을텐데

가슴이 미어 지도록 통곡을 했더란다.

 

 

 

 

오손도손 아랫목에 모여 앉아 연분이 이야기에 빠져 들면서

오라버니 심정이 어떠 했을지...

덩달아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먹고 살 일이 늘 걱정이었던

그리 멀지도 않은 옛날 이야기...

 

 

 

 

352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연  (0) 2016.01.14
이제 내 나이 60  (0) 2016.01.05
사랑을 담아  (0) 2010.04.18
살아서 돌아 오라 명령했건만...  (0) 2010.04.15
왈츠 1번 화려한 대 원무곡 - 쇼팽   (0) 2010.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