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나에게 주어진 일,
방문과 창문을 다 들어 내어 겨우살이 준비를 했다.
격자창 틀에 붙은 한지를 물에 불려 살살 닦아 내고
풀 곱게 쑤어 한지에 부드럽게 발라
위에서 아래로 뒤틀림 없이 붓질을 했다.
입안 가득 물을 머금고 푹 푹
팽팽히 말리는 일 또한 놓치면 안되었고
이왕이면 단풍잎도 하나 둘 무늬를 만들고
은은한 풀향기와 함께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지나가는 구름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 놀이도 즐거웠다.
떨어지는 나뭇잎조차 아까워 했던 시간들
마지막 한 잎은 남겨 두기를 기도는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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