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가을 한 토막

egg016 2009. 10. 22. 07:08

 

 

 

중학교 시절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나에게 주어진 일,

방문과 창문을 다 들어 내어 겨우살이 준비를 했다.

격자창 틀에 붙은 한지를 물에 불려 살살 닦아 내고

풀 곱게 쑤어 한지에 부드럽게 발라

위에서 아래로 뒤틀림 없이 붓질을 했다.

 입안 가득 물을 머금고 푹 푹 

팽팽히 말리는 일 또한 놓치면 안되었고

이왕이면 단풍잎도 하나 둘 무늬를 만들

은은한 풀향기와 함께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지나가는 구름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 놀이도 즐거웠다.

떨어지는 나뭇잎조차 아까워 했던 시간들

마지막 한 잎은 남겨 두기를 기도는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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