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 한 장,
창경궁 벚꽃 놀이를 갔을 때라고 했다.
엄마 등에 업혀 카메라를 바라보는 아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되는 그러나 내 기억 속에 분명히 존재했다.
엄마는 셋째라고 하였다.
한살 또는 두살 터울로 동생을 본 나는 일찌감치 어른들 손에서 멀어져 갔고
포대기에 쌓여 엄마 등에 업혀 있는 동생이 너무 부러워서
나 인듯 착각하고 싶었나보다.
집안 살림을 다 할 줄 알았던 중학교 시절,
오랜만에 참기름 한 병이 찬장에 들여졌다.
없는 형편에 귀하고 귀한 것이라 아주 조금씩 사용을 하라는 엄마의 잔소리(?)...
유난히 긴장을 하면 꼭 사고를 치게 된다.
그만 손에서 미끄러져 콜크 마개가 열린 채로 설겆이 통에 빠져 버렸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얼마나 간절히 기도를 했는지...
"제발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
간절히 원하면 들어 주신다고 했는가
그날 밤 퇴근한 엄마한테 혼나지 않았다...앗싸~
아직은 농촌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서울 변두리로 이사를 하고...
그해 겨울 방학을 하자 밥 숟가락 놓기가 무섭게 동생들은 들로 산으로 날아 다녔다.
새 신발을 사 준지 며칠 뒤 퇴비를 만들려고 모아둔 마을 똥통에 그만 남동생이 빠져 버렸다.
딸들이 그랬으면 난리가 났을...
똥독이 오르면 안된다고 떡을 해 주시던 외할머니...
아직 남아 있는 기억의 파편들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잊혀져 갈까?
그런데 아닌가 보다...
시엄니의 화려했던 옛날 이야기들을
어쩌다 한번씩 풀어 놓으시는 날에는
그날 밤 난 잠은 다 잔거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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