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egg016 2009. 5. 19. 09:19

 

"언니 빨리 좀 와줘!..."

내가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전화를 할 정도면 무슨일이 단단히 난것이다.

"왜? 무슨일 있어?..."

"옆집 아줌마가 자살을 했어 어떻게 해..."

"뭐라구?..아니 어쩌다가!..."

연배는 아래지만 동생네가 그집 부부하고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아는데... 

지난 가을 짱이가 에미잃은 아기냥이를 데리고 왔을 때 강아지하고 잠을 자며 며칠을 잘 보낸 바로 그 집인데... 

자식이 없어 강아지 두마리를 자식삼아 이웃과도 잘 지내며 얼굴엔 늘 미소가 가득하였다는데.

 

"형수님 빨리 좀 와주세요!..."

"무슨일 있어요? 알았어요!..." 

먼저 119에 전화를 해야 하는데 무섭고 급하니까...짱이엄마를 불러서 그 광경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경찰이 와서 현장조사를 할 때까지는 정신이 없었는데 식구들 출근하고 학교가고 다 나가니까 집에 혼자 있기 무서워!..."

아침에 거실로 나와보니 부인이(그 다음 상황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생략합니다)... 

 

안그래도 형제들 중에 제일 겁이 많아 어릴 때 많이도 놀려 먹었었는데 하필...

뒷일은 대장한테 부탁하고 부랴 부랴 천호동까지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 마음만 급했다.

동생은 완전히 패닉상태가 되어 있었다. 화장실에도  못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는 모습이 어쩌나 싶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알아?"....

"약간 우울증세가 있었지만 약먹고 괜찮아 졌다고 했는데 글쎄 잘 모르겠어!..."

옆집을 쳐다보니 나 역시도 무서웠지만 차분하려고 애썼다.

나까지 겁을 먹으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쩌면 죽은이에 대한 연민이 더 강하게 작용을 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꼭 그래야 했을까? 에고 불쌍한 사람, 사는 게 힘들었을까? 

무엇이 그리 힘들게 했을까!...

이날까지도 공포영화를 제대로 못 볼 정도로 나도 무서움을 많이 타는 편이지만,

'그저 좋은 곳으로 가서 편히 쉬시게나...'

속으로 이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나를 보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생각이 꼬리를 문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지혜가 생기는 것일까?

고인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일까?

동생도 빨리 마음을 추스러야 할텐데... 

그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가보다...어쩌나...ㅠ.ㅠ. 

이틀을 오가며 동생과 보낸 시간, 무섭다는 편견을 물리친 마음에 의아한 도장을 찍는다.

 

저승보다

그래도 이승에 구르는 개똥이 더 낫다는데...

 


 

 

139

 

 

 

'일상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斷想  (0) 2009.05.28
블로그 일년...  (0) 2009.05.22
어버이 날에  (0) 2009.05.09
예쁜 정원  (0) 2009.05.06
가연이 날이래요  (0) 2009.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