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전원에서

egg016 2011. 1. 4. 20:28

 

 

시골로 내려와 둥지를 틀기 시작한지 어느 덧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땅 보러 가서 집터 위에 섰을 때 제 마음은 그지없이 평온했지요.

그러나 그동안 꿈꾸던 전원 풍경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작은 야산을 허리에 끼고 앞집, 뒷집, 길 건너 옆집에 둘러 싸여

도시 촌년이 적응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낭패가 될 상황 딱 그만큼 이었습니다.

한적한 산 속 외딴 곳에서 유유자적???

이건 어쩌면 꿈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듭니다.

만약 그런 곳에 자리를 잡았다면 

무섭고 외롭고 생각만으로도 무섭네요...ㅎㅎ

 

암튼 편안했던 내 마음을 믿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

대지 위에는 온갖 채소들이 곧 식탁에 오를만큼 자라고 있었습니다.

감자 고추 호박 상추...등등

얼른 집을 짓고 내려와야겠다는 생각에

앞집 형님께 작물 값을 계산해 드리고

보라색 감자꽃이 곧 수확을 할 수 있음에도 기다릴 여유도 없이 땅을 파 헤쳤습니다.

미쳐 자라지 못한 농작물이 아깝지만 마음이 급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왜냐면

 직접 집을 짓는다는 것이 계획대로 되는 일은 절대 아니더라구요.

시간과 돈에 대해 아무리 몇년을 계획했어도

크게 짓는 집이 아니었어도 들어 갈건 다 들어간다는...ㅎㅎ

 

길 건너에 정년 퇴직하고 우리처럼 손수 집 지어 외지에서 이사온 어르신이 계십니다.

시골 생활에 적응을 안되시는지

아저씨는 별 말씀이 없는데 아주머니는 다시 나가고 싶다고...

어쩌다 한번 먼 발치에서나마 모습을 뵐 수 있습니다.

 도통 밖에 나오시지를 않는군요...어울려야 없는 정도 생길텐데요.

 

귀촌, 늘 꿈꾸던 그런 곳일까요? 

여기도 바로 현실이지요.

도시에서 탈출만 했다 뿐이지 부대끼며 사는 건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나이가 드니 번죽도 같이 좋아져 저희 부부 아직 어려움은 없습니다.

현관 문 활짝 열어 놓고 오가시는 분들께

커피한잔 하고 가시라고 소리도 질러 보고요...ㅎㅎㅎ

그럼 환히 웃는 얼굴로 들어들 오시지요.

 

아직 집 짓다 남은 재료들이 마당에 뒹굴고 정리도 안되 엉망이지만

머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건데 급하게 서두를건 없지요...ㅋㅋ

아무튼, 

복잡한 도시에서의 탈출!!!...

드뎌 했습니다.

 

해마다 따뜻한 봄이 되면

고추 몇대 심어 놓고 즐거워 하겠지요.

상추에 물 주면서 신나라 하겠지요.

새해 소망이 있다면 울 아들 장가 가는 것이지요.

새해 아침 좋은 꿈 꾸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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