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방

댓글 시인 '제페토'를 아십니까?

egg016 2016. 3. 19. 03:04

 

 

인터넷 기사를 읽으면서

내용이 애매하다 싶으면 댓글을 읽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어쩌다 악플 때문에 찡그리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댓글 시인이라 불리우는 '제페토'...

읽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 지는

그의 댓글 시를 몇편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용인서 건물 외벽 유리창 청소하던 인부 추락사

 

이름 모를 친구에게

그놈의 동네는 가지 성성한 나무 하나 없었더냐
푹신한 잔디 한 평 깔려 있지 않았더냐
에라이 에라이
추석이 코 앞인데
눈 비비며 전 부치고 계실 어머니는 어쩌란 말이냐
하필 당신 나와 같은 나이더냐
전기줄에라도 매달렸어야지
없는 날개라도 냈어야지
누구는 이십층서도 살았다드마는
구미터면 살았어야지
어떻게든 살았어야지
발 밑 좀 살피지
뭐라도 붙잡지
귓볼 스쳐 날던 나비에라도 매달리지

이번 추석은 글렀다
웃으며 지나긴 글렀다
음복 하며 울게 생겼다

 

 

 

 

90대 할머니, 왜 키스 안해줘 '총기난사'...

 

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

새벽 뜬 눈으로 지새우게 하는

관절염이 아니라

어쩌면,

미처 늙지 못한 마음이리라.


 

 

전국에 눈 또는 비가 내리고 경기남부 지역엔 대설특보가...

 

눈이 오네...

 

내린다는 말보다

온다는 말이 좋다

 

너도 눈처럼

마냥 오기만 하여라


 

 

 

"명절이 지나고 다니는 학원 수가 더 늘었어요"...

 

우리 반 십육 번

박정호가 죽었네

영어학원 건너가려다

뺑소니를 당했네

 

레커차 달려오고

경찰차 달려오고

사이렌 시끄러워도

그 아이 텅 빈 눈은

먼 하늘만 보았네

 

박정호가 죽었어요

훌쩍대는 전화에

울 엄마는 그 아이

몇 등이냐 물었네


 

 

모피 옷 즐겨 입는 월드스타 '궁리'

국제동물보호단체 PETA서 "동물의 적" 맹비난

 

 

모피

산채로
가죽 벗기우는
극한의 고통
피 뚝뚝 떨구는 생살로
아무렇게 던져졌다
그대로 절명 하길 바랬건만
생명은 고약스레 질겨
고개 세워 바라본 새빨간 알몸에선
삶아낸 고기마냥
모락모락 김이 올랐다
믿기지 않는 지옥의 광경
믿지 않을 수 없는 또렷한 통증
가망 없는 현실은 공포보다는
당황스러움인데

 

산채로
가죽 벗겨져 본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을 너희는
고급 모피네 어쩌네
한시간쯤 전화로 호들갑을 떨다가
기어코 거리로 나서게 될것인데
만약 바람 한 점 없는데도
나 펄럭이거든
산채로 가죽 벗겨지던
소름 끼친 기억 문득 떠올라
몸서리 친 것이거니
증오 때문이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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