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
박가월
예전에, 장가 못간 노총각 만복이는
새경을 받아 세상물정 모르는 순박한
계순이를 꼬드겨 애를 베놓고
춘궁기를 피하여 마을을 떠났다
돈벌어 꽃신 사다 준다고 떠난 만복이를
진달래꽃이 핀 시냇가 산모퉁이
언덕에 나와 올 날을 기다린다
먹을 거라곤 부잣집 개밥그릇이 부럽게
커지는 배에 허기를 채우는데
계순이는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입술에 분홍 물이 듬뿍 들고 혓바닥이
배도록 진달래꽃을 따 먹는다
기약 없이 떠난 만복이를 기다리느라
철새들이 울어대는 언덕에 나와
배가 자꾸 커지는 두려움도 잊고
얼굴에 기미가 끼고 입술이 타들어가도
남산만한 배를 달고 놀 생각에
신이나서 꽃신 사올 만복이가 제일 좋다
*월간 문학세계 발표 2006/5* 별
돌아온 만복이
세상이 그리 녹녹하진 않았나 보다
아이고 꽃신 사온다던 이눔의 꼴이
장바닥에 널린 시레기 만도 못하니
내 널믿고 두려움도 참고 견뎠건만
그래도 돌아온 것이 기쁜 계순이는
뒷산 진달래를 찾아 두리번두리번
e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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