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방

꽃신/박가월

egg016 2008. 8. 7. 11:05

 

 

꽃신

 

박가월

예전에, 장가 못간 노총각 만복이는

새경을 받아 세상물정 모르는 순박한

계순이를 꼬드겨 애를 베놓고

춘궁기를 피하여 마을을 떠났다

돈벌어 꽃신 사다 준다고 떠난 만복이를

진달래꽃이 핀 시냇가 산모퉁이

언덕에 나와 올 날을 기다린다

먹을 거라곤 부잣집 개밥그릇이 부럽게

커지는 배에 허기를 채우는데

계순이는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입술에 분홍 물이 듬뿍 들고 혓바닥이

배도록 진달래꽃을 따 먹는다

기약 없이 떠난 만복이를 기다리느라

철새들이 울어대는 언덕에 나와

배가 자꾸 커지는 두려움도 잊고

얼굴에 기미가 끼고 입술이 타들어가도

남산만한 배를 달고 놀 생각에

신이나서 꽃신 사올 만복이가 제일 좋다

 

*월간 문학세계 발표 2006/5*                

 

 

 

돌아온 만복이

 

세상이 그리 녹녹하진 않았나 보다

아이고 꽃신 사온다던 이눔의 꼴이

장바닥에 널린 시레기 만도 못하니

내 널믿고 두려움도 참고 견뎠건만

그래도 돌아온 것이 기쁜 계순이는

뒷산 진달래를 찾아 두리번두리번 

 e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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