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방

소곡주 여인/박가월

egg016 2008. 8. 14. 07:31

 

소곡주 여인

박가월

 

 

서천 땅을 들어서며

소문을 듣지 못했나요

한산에 와 맛보지 않았나요

서천 땅을 지나가며

풍문으로 들리지 않던가요

앉은뱅이술 소곡주

 

왕이 찾던 백제 궁중술

목욕재계한 여인이

소복 차림에 정성 들여

빚은 한산의 명가술

한산지방에 들리거든

주막에 들려 한잔 마셔 보구려

앉은뱅이술 소곡주

 

과거 보러 가던 선비가

주막에 들려 한잔 한 것이

향에 취해 맛에 취해

하루 이틀 열흘

과시도 잊고 일어날 줄 모르고

마셨다 하여 붙여진 술

앉은뱅이술 소곡주

 

대소사 큰 명절에

찹쌀로 빚어 숙성시켜

백일 만에 먹는 술

시어머니가 일러 준 대로

담가 웃어른께 바친

세월도 잊고 마신다는 전통술

앉은뱅이술 소곡주

 

약초를 넣어 한 독 담고

모시잎을 넣어서 한 독 담아

노을빛처럼 익혀서

용수를 박아 뜰 적에

여인네도 살짝 한잔 하지요

앉은뱅이술 소곡주.

 

 

 

[문학바탕 발표 2006/12]

 

 

 한잔 얻어 마시니 온 세상이 다 내것이네

이러다 밥도 국도 언제 장만하나

과거 보러간 선비님도 때를 놓쳐 안타깝지만

 밀려있는 내 살림도 참 걱정이네

이번 참에 시어머니께 함 배워 보고

삶이 팍팍 할 때 한잔 두잔 취해 볼까나

앉은뱅이술 소곡주

e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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