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가야 李가야
1
여보게 張가야 한 잔 하러 가세
내 뒤따라감세 마누라 금방 오이
먼저 갈 테니 뒤따라 오게나
이쪽 金여사 포장마차로 오게.
2
어서 오이소 왜 혼자 왔는겨
張가놈이 이리로 온다고 했소
오늘도 찾아오니 고맙슴더
우리가 같이 돕고 사는 게지
시장에서 모른 체 할 수 있남요
張가하고 나래도 찾아와서
소주 한 잔이라도 팔아 줘야
金여사가 어려울 때 외롭지 않고
딸아이하고 사는 데 도움이 되죠
그렇습니더 그래서 제가 삽니더
어제 자식놈 얘기를 들었습지요
좋답니더 딸년에게 맡기렵니더.
3
이 사람 술도 없이 뭣하고 앉았는가
뭐 이리 급한가 張가놈 기다렸지
李가야 金여사 앞에서 이놈이놈 할래
張가놈한테 張가놈하는데 새삼스리
우리 사이에 뭐 그리 가릴 게 있나
金여사도 우릴 이십 해를 지켜봤는데
한두 해도 아니고 이 사람아
그냥 지내세 그게 더 다정하이
술이나 시킴세 金여사가 비웃네 그려
4
張가야 꼼장어 할까 닭똥집 할까
그래 李가야 오늘은 자네가 사는감
삼세 張가놈보단 못 벌어도 사야지
먹고 싶은 거 얘기하게 오늘 씀세
李가놈이 오늘은 사람 돼 가는구먼
먼저 산다 말을 다 하고 사람 됐어
오래 살아야 되겠구먼 이런 일도 있네
뵈기 싫어 이제 안 보려고 했더니
별일이여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으이
李가놈 보고 오래 살아도 되겠구먼.
5
오늘은 기분 좋은 일이 있네 그려
뭐가 좋은가 내가 모르는 일도 있는감
李가네 개 밥그릇까지 알고 있는데
그래 그려도 한 가지 모르는 건 있지
金여사 딸하고 우리 아들이 결혼한다네
金여사 딸이 하도 성실하지 않남
시간 나면 金여사 돕는 것이 기특하여
내가 다리를 놔서 소개를 시켜줬더니
결혼을 한다네 그거 확인차 왔네 그려
두 집 자식들이 만나면 어울릴 걸세
횡재했어 횡재했어 어이구 술 살 만 하이
두 집 다 횡재했어 나는 술 얻어먹어 좋고
한 잔 살 만도 하이 살 만도 하이
허허 이거 너무 약소하네 이 사람아
오늘은 金여사가 소주 한 병 내고
내가 張가놈 코 삐뚤어지게 사지
그래 축하하네 金여사 축하하오 축하해
듬세 축하하네 축하하이 허허허허허.
[한국문학작가연합 동인지 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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