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방

[스크랩] 張가야 李가야

egg016 2008. 8. 23. 07:40

 

張가야 李가야

 

 

1

 

여보게 張가야 한 잔 하러 가세

내 뒤따라감세 마누라 금방 오이

먼저 갈 테니 뒤따라 오게나

이쪽 金여사 포장마차로 오게.

 

2

 

어서 오이소 왜 혼자 왔는겨

張가놈이 이리로 온다고 했소

오늘도 찾아오니 고맙슴더

우리가 같이 돕고 사는 게지

시장에서 모른 체 할 수 있남요

張가하고 나래도 찾아와서

소주 한 잔이라도 팔아 줘야

金여사가 어려울 때 외롭지 않고

딸아이하고 사는 데 도움이 되죠

그렇습니더 그래서 제가 삽니더

어제 자식놈 얘기를 들었습지요

좋답니더 딸년에게 맡기렵니더.

 

3

 

이 사람 술도 없이 뭣하고 앉았는가

뭐 이리 급한가 張가놈 기다렸지

李가야 金여사 앞에서 이놈이놈 할래

張가놈한테 張가놈하는데 새삼스리

우리 사이에 뭐 그리 가릴 게 있나

金여사도 우릴 이십 해를 지켜봤는데

한두 해도 아니고 이 사람아

그냥 지내세 그게 더 다정하이

술이나 시킴세 金여사가 비웃네 그려

 

4

 

張가야 꼼장어 할까 닭똥집 할까

그래 李가야 오늘은 자네가 사는감

삼세 張가놈보단 못 벌어도 사야지

먹고 싶은 거 얘기하게 오늘 씀세

李가놈이 오늘은 사람 돼 가는구먼

먼저 산다 말을 다 하고 사람 됐어

오래 살아야 되겠구먼 이런 일도 있네

뵈기 싫어 이제 안 보려고 했더니

별일이여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으이

李가놈 보고 오래 살아도 되겠구먼.

 

5

 

오늘은 기분 좋은 일이 있네 그려

뭐가 좋은가 내가 모르는 일도 있는감

李가네 개 밥그릇까지 알고 있는데

그래 그려도 한 가지 모르는 건 있지

金여사 딸하고 우리 아들이 결혼한다네

金여사 딸이 하도 성실하지 않남

시간 나면 金여사 돕는 것이 기특하여

내가 다리를 놔서 소개를 시켜줬더니

결혼을 한다네 그거 확인차 왔네 그려

두 집 자식들이 만나면 어울릴 걸세

횡재했어 횡재했어 어이구 술 살 만 하이

두 집 다 횡재했어 나는 술 얻어먹어 좋고

한 잔 살 만도 하이 살 만도 하이

허허 이거 너무 약소하네 이 사람아

오늘은 金여사가 소주 한 병 내고

내가 張가놈 코 삐뚤어지게 사지

그래 축하하네 金여사 축하하오 축하해

듬세 축하하네 축하하이 허허허허허.

 

 

 

[한국문학작가연합 동인지 2006/11]

 

출처 : 어느 시인의 肖像
글쓴이 : 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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