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신정

egg016 2009. 1. 2. 13:41

 

 

요즘 신정에 차례를 지내는 집은 드물다. 시집을 오니 시댁은 신정에 설을 지냈다.

칠십년대에는 이중과세라고 하여 구정이 없어졌으나 누구도 우리고유의 설 명절을 없애지는 못하였다.

그래도 어머님은 계속 신정 설을 지금까지 이어 오셨다. 덕분에 우리집 며느리들은 구정에 맘편히 친정에 갈 수 있다.

음식을 같이 만들기도 하다가 혼자 하기도 하다가 큰집에 조카며느리가 둘이나 들어오니 명절 보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어제 차례를 지내고 잘 놀고 저녁에 큰집 식구들이 돌아가고 어머님이 봉투 두개를 내미신다.

각각 받은 봉투안에 아들은 이십만원 며느리는 십만원 아니 이게 웬 일인가?

천원짜리 만원짜리 한장 정도는 손주들 세뱃돈 주실 때 엉겹결에 받은적은 있었어도 정식으로 이렇게 큰돈은 주신적이 없으신데,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하신다 생각하니 엄청 좋으면서 한편으론 짠해진다.

이건 형님께는 절대 비밀이다. 모진 시집살이의 기억만 있는 분께 이 말을 했다가는 속이 더 상하실테니...

남편은 자기가 받은 봉투를 슬그머니 나한테 쥐어준다 물론 어머니 모르게...ㅋㅋㅋ

입이 귀에 걸렸다. 돈이 아니라 마음을 받았다. 

큰며느리에게도 이리 하시면 얼마나 좋을까...어머니 가시기 전에 풀고 가셔야 할텐데 우찌 할꼬...

피곤했지만 기분은 날아갈 듯, 동해바다로 일출이라도 보러 가자고...갈까?..아니!...가자!...안돼!...

어머님이 같이 가시면 좋을텐데 언제부터인지 집에서 멀리 가는걸 두려워 하신다.

기분좋은 밤에 잠은 안오고 TV에서 하는 신년영화를 두편이나 보고 아침이 늦었다.

신년 초하루에 기쁜 일이 있었으니 올해 운수가 좋으려나보다.

늦은 아침을 마치고 평상으로 돌아온다. 대강 빚어 만든 만두가 기가 막히게 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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